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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행진의 ‘공실대란’

조회수 978 2010.09.01 11:40:39

실질 공실률 최고 15% 넘어
2016년까지 700만㎡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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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서 약속 장소로 유명한 I빌딩.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빌딩이지만 정작 건물주는 세가 나가지 않아 고민에 빠졌다. 25층 건물 중 2개 층에 불이 들어오지 않은 지 오래. 1년 전부터 임대문의 플래카드를 내붙였지만 임차인은 나서지 않고 있다. 오피스 임대 대행사에선 임대료를 내리라고 성화지만, 임대료를 내리면 건물의 가치가 떨어질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빌딩 2개 층을 놀린 기간에 받지 못한 보증금 이자와 월 임대료(3.3㎡당 8만 원)는 적게 잡아도 12억 원이 훌쩍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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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역세권의 또 다른 대표 빌딩인 T빌딩도 울상이긴 마찬가지. 지난 1월부터 입주 사무실이 속속 이사를 나간 후 빈 사무실이 늘어가지만 세 들어오는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견디다 못한 건물주가 최근 비밀리에 ‘6개월간 임대료 무료’라는 옵션을 걸었는데 오피스 임대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건물주가 임대료의 실질적 인하를 시도했으나 세입자들은 ‘더 싼 곳도 많다’는 생각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요즘 건물주는 새로 들어올 세입자에게 내건 유리한 임대조건을 이미 입주한 세입자들이 알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질 공실률 최고 15% 넘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시작된 공실률 대란이 수그러지기는커녕 강북 도심권역과 여의도 지역으로 번지며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매분기 공실률 조사치를 내놓는 각 부동산 회사는 공실률의 증가세가 올해뿐 아니라 몇 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은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점쳐지던 2008년 2/4분기를 저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서울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2010년 1/4분기에 성장세가 약간 수그러들었지만 공실률 자체는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공실률 예상치는 4.5%.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인 알투코리아의 올해 2/4분기 공실률 조사 결과는 4.6%로 1/4분기 3.9%보다 크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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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조사치는 명목상의 공실률일 뿐, 실질적으로는 훨씬 높다는 주장도 나온다. 즉, 현재 각 부동산업체가 발표하는 공실률은 건물가치 하락을 우려한 건물주 측의 이야기만 듣고 낸 것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강남 역세권 10곳의 389개 오피스 빌딩을 방문 조사한 오피스 임대 전문업체 ERA코리아 공실률 조사치는 무려 12%에 달했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의 30%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연면적 1,650~3,300㎡의 중소형 빌딩 공실률은 15.2% 달했다. 6층 건물을 예로 들면 1개 층은 무조건 빈 사무실이란 의미다. ERA코리아 장진택 이사는 “우리 회사는 현장에서 고층 건물의 임대 대행을 하기 때문에 각 건물의 실제 속사정을 잘 알 수밖에 없다. 공실률을 사실 그대로 말하는 건물주는 하나도 없다고 보면 된다. 지금 서울의 오피스 공실률은 최악의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북 도심권역의 오피스 공실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리노베이션을 통해 새로 탄생한 서울역 인근 S빌딩은 절반이 빈 사무실로 남아 있고, 충정로역 인근의 K빌딩은 신축 준공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오피스 임대율이 0%인 상태. 광화문 최중심에 자리하며 서울 도심권역을 통틀어 랜드마크 구실을 하는 K빌딩도 대규모 리모델링이 모두 끝나가는데 세입자를 찾지 못한 사무실이 곳곳에 남아 있다. 공실률이 심해지자 3~6개월 임대료 무료나 인테리어 비용 부담 등 각종 파격적인 옵션을 걸지만 수요자의 반응은 없는 상태다. 알투코리아 김태호 이사는 “현재 서울은 여의도 권역만 그럭저럭 버티고 있을 뿐, 강남권과 도심권은 상황이 심각하다. 어떤 극약처방도 무효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6년까지 700만㎡ 공급
이처럼 공실률이 날로 늘어가는 이유는 단순하다. 사무실 수요는 한계점에 다다랐는데 공급은 폭증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실률이 폭증한 것은 금융위기 이후 폐업하거나 사무실을 줄여 이사를 가는 업체가 늘어나는 등 수요 감소의 영향이 강했다. 공급도 전년보다 크게 줄었다. 알투코리아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오피스 공급 물량은 2007년 149만7,600㎡에서 2008년 62만7,700㎡, 2009년에는 34만6,000㎡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올 한 해 이미 완공됐거나 완공 예정인 사무실은 82만8,900㎡으로 대폭 늘 예정. 실제 서울 마포로에서 신문로, 광화문에 이르는 대로 양쪽으로 올해 완공되거나 현재 공사 중인 고층 건물의 층수만 모두 합쳐도 100층이 훌쩍 넘어간다. 김태호 이사는 “오피스 공급물량은 해가 갈수록 느는 반면 서울의 사무직 종사자는 줄어들고 있어 몇 년간 공급과잉 현상이 계속될 것이다. 도시환경 정비사업, 여의도 등의 대형 오피스 빌딩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2010년 이후 오피스 공급물량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소형 빌딩의 경우 지방선거 수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더욱 곤욕을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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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공급과잉 상태가 2016년까지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2011년 94만㎡, 2012년 119만㎡, 2013년 144만㎡ 등 2016년까지 서울시에 들어설 대형 오피스 빌딩의 연면적을 합하면 줄잡아 700만㎡가 넘어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시와 수도권은 2012년까지 167개 기관이 97개 사옥을 매각하고 세종시 등 각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형편이라 공실률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다 이 같은 공급과잉 상황에서도 임대료를 내리지 않고 버티는 건물주들의 임대료 담합 또한 공실률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장진택 이사는 “현재는 쉬쉬하며 각종 옵션을 주면서 임대료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쯤에는 돈을 빌려 지은 빌딩을 중심으로 임대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한국부동산연구소는 지난해 극심한 공실률 상승 상황에서도 6.5% 올라간 연간 임대료가 올해는 2.4% 올라가는 데 그치고, 내년부터는 동결 또는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런 오피스 시장의 침체가 전체 부동산 경기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전문가마다 의견이 갈렸다. 부동산 투자자문 회사인 신영에셋 홍승민 이사는 “공실률이 지금보다 높아지면 각 건물주가 짓고 있거나 지을 예정인 빌딩의 용도를 현재 호황기를 누리는 오피스텔 등으로 바꿀 것이다. 그리고 원래 오피스 시장과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시장은 상관관계 없이 움직이므로 전체 부동산 경기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반면 장진택 이사는 “서울 강남의 오피스 시장과 배후 주택단지의 가격은 연동돼왔다. 강남의 아파트 가격이 전국 아파트 가격과 땅값의 방아쇠 노릇을 하는 만큼 오피스 공급과잉 현상은 현재 주택시장 불황에 기름을 붓는 등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고 주장했다. 상황이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우리 주변의 빌딩에 요즘 부쩍 임대문의라는 플래카드와 안내지가 나붙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시사경제매거진 제공(www.economy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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